수리산 변산바람꽃이 아파합니다.

2016. 3. 12. 11:14꽃 이야기 -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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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수리산의 야생화 변산바람꽃.

살고 있는 곳, 그리 멀지않는 곳에서 야생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야생화를 보기 위해 수리산을 찾았습니다.



 

  

 

요며칠 찾아온 꽃샘추위때문인지 작년보다 바람꽃의 개체수가 많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날 찾아갔던 지인의 안내로 예쁘게 피어있는

바람꽃을 만나고 연신 탄성을 지으며 예쁜 바람꽃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낙엽 덤불 아래 꽃이 피어있을거 같지 않은 곳에서

새초롬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바람꽃의 작디 작은 모습이

실제로 보니 더 귀엽고 예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찾아간 날은 안양의 어느 단체에서 수리산의 변산바람꽃을 지켜주세요 라는 안내문을

산자락 여기 저기에 매달아놓고 환경을 지키기위한 작은 행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연출하지말고 자연을 담아가세요"


사실 예전 인터넷상에 회자되는 얘기로

야생화를 찍는 어느 분들은 자신이 찍고 난 야생화를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게 꽃을 훼손하고 주변을 망가뜨린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지만

설마 그렇게 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어제 정말 충격정인 장면을 직접 보게 되면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야생화를 찍으면서 부지불식간에 야생화가 자생하는 곳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대한 정해진 등로와 꽃이 피어있는 곳을 발견하면

사진에 방해되는 낙엽과 주변 잔가지들을 갈무리한후 사진을 찍고

다시 낙엽으로 정리한 후 자리를 떠나곤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바람꽃.

이끼를 덮어 연출한 분들이 떠나고 바로 이끼를 제거하고 싶었으나

주위에 계신 어느 분이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는 듯 해서

그분이 찍기만을 기다리고 바로 저 이끼를 제거해버렸습니다.

연출된 모습이 아름다워보일 수 있겠으나

있는 그대로의 바람꽃이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햇살이 점점 사그러들고 주변 사람들도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등산로 초입에 변산바람꽃이 한무리로 피어있는 곳을

지인이 알려주고 싶었나봅니다.


전날 지인이 촬영한 사진을 보니 정말 예쁜 모습이었기때문에

적잖이 기대를 갖고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땅에 엎드리다시피하면서

사진을 찍고 계셨기때문에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인의 안타까운 탄성이 들려 그 얘기를 들어보니

기가 막힌 얘기를 해줍니다.


그제 나무 밑둥에 예쁘게 피어 있던 두 송이의 꽃을 찍고 산을 오른 뒤

다시 내려와보니 한 송이의 꽃이 뽑혀 있었다는 얘기와

어제는 그 남아있던 한 송이 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말을 해줍니다.





 





더 기막힌 일은

바람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잇는 곳에서 직접 본 참사였습니다.

바람꽃 삼형제가 나란히 피어있는 형태를 납작한 돌 위에 꽃들을 올려놓고

로우 앵글로 여러분들이 엎드려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제가 본 그분들이 그랬는지 아님 어느 분이 연출 해 놓은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꽃대가 돌로 눌려져 참수를 당해 있더군요.

그리고 어젯밤 납작한 돌위에 올려진 바람꽃의 사진이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입했을 네** 유명 여행사진카페에 올라와있더군요.


어제 그시간 그 장소에 있었던 저로서는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것을 본 후 한동안 멍해져서 카메라를 든 제 손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제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상황을

만난적도 사실 많은데 어제가 바로 그런 상황이더군요.









 


 

 


이렇게 예쁘고 작은 꽃이 아파합니다.

때론 무심한 손길에 다치기도 하구요.





 

  

 

  

 

  

 

  

  

 

 

  

 

 

 


야생화에 관심을 두고 찍기 시작한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매해 봄이 되면 많은 분들의 사진으로 보던 꽃을

직접 담아내는 사진 실력또한 부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세상 모든것에 대한 궁금증과

아름답게 담고 싶은 욕심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여느 사람들과

저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제 만난 안타까운 현장은 두고 두고 제 마음에 남을 몹쓸 모습인지라

한동안 멘탈이 붕괴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아

그저 제 블로그에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니

괜한 태글은 지양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사항이 없이 이미 사진을 양심껏 잘 찍고 계시는 분들은

아마도 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아직도 많이 배워야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예쁘게 담고 싶은게 제 마음입니다.

이 작고 예쁜 변산바람꽃을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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