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훈련 같았던 북한산 등반기 1

2012. 10. 4. 06:00judy photo story/캠핑과 산행,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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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라고 하면 내 기준으로 둘레길이나 사부작 사부작 다니고

적당한 고개마루 넘다가 숨이 턱에 차면 잠시 쉬었다 갈수 있는 쉼터하나쯤 나오는

어쩜 내게 딱 맞는 운길산 수종사 가는길 정도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등산이라고 할 정도의 활동도 없었을 뿐더러,

 몇해 전 사준 등산화와

대구에서 아웃도어매장을 하는 언니가 준 등산 바지가 전부일 정도로

등산과는 담을 쌓고 살았더랬다.

 

계절을 두어개 지나고 나니 몸도 묵지근해진 느낌에

이제 산에도 살살 다니고 싶다는 얘길 슬쩍 건냈더랬다.

옳다쿠나 싶었던지 바로 북한산으로 등산을 가자고 한다.

북한산 둘레길 코스는 거의 다 둘러봤으니 다시 새롭게 시작해본다는 말에

뭐 나쁘지않겠다 싶어 아침일찍 서둘러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최종조율.

 

 

구파발역에서 만나 북한산장앞에서 내린후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물 두병과 정상에서 마실 막걸리 한병을 사들고 출발했다.

구파발역에서 파는 지도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자금으로 쓰인다길래

그닥 필요도 없지만 그 뜻이 고마워서 구입했다. 

 

얼만지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원..ㅎㅎ

 

 

 

둘레길을 가려면 다리를 넘어가고  백운대쪽으로 가려면 우측으로..

이때만 해도 둘레길의 다른 코스인줄 알았다.

 

 

 

 

 

몸도 마음도 묵지근한지라 그저 앞만 보고 걷기만 했다.

 

 

 

 

 

 

 

 

 

새로 업데이트한 아이폰 파노라마기능으로 한번 찍어주고~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함이 느껴지고해서

가벼운 점퍼를 입고 왔는데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지나다보니

이미 등은 땀으로 흥건....두터운 배낭 어깨끈까지 젖어버렸다.

이때부터 겉옷 하나 벗어놓고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슬슬 들기 시작하는 의문..

이거 코스가 뭐가 이리 힘들지?

그래도 평소 내 체력을 잘 아는 사람이니

알아서 코스를 정했겠지.............

 

 

 

 

 

보통 길을 가다가 보면 아는길을 갈때는 시간이 어느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기에

멀어도 먼것처럼 느껴지지않을것이나

끝을 모르고 가다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것.

이날 그 끝을 모르는 백운대로의 산행은 가벼운 산행으로만 생각하고

등산화와 바지, 티셔츠쪼가리만 입고 출발했던

내게 점점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찬 하루가 되버리는 몹쓸 상황까지 가버렸다.

 

 

 

 

 

앞서가던 초로의 부부와 비슷한 속도로 백운대로 향하던 중

계곡 옆에서 누군가 쓰다 버렸을

적당한 길이의 나뭇가지를 주어 등산용스틱을 대신해보기로 한다.

 

 

 

 

 

백운대까지 900미터가 남았으니 거의 다 온것이겠지..

하며 즐거워했더니 같이 오르던 부부 중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이제부터가 진짜라며 깔딱고개를 넘어야한다고 하신다.

여기서 체력을 보충하고 가야한다는 말씀까지~~

잠시 쉬는 틈...그새 산모기가 팔뚝을 물고 간다...........아흐..

 

 

 

무거운 카메라는 가방에 넣고 남는건 사진이라며

열심히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들.

이때만 해도 좋은게 좋은거다..........암...

 

 

 

살짝 앉았는데도 미끄러지는 바위에 앉아서 인증샷도 찍고~

안미끄러질려고 발에 힘준거 봐라..ㅋㅋ

 

 

 

다른 나무들보다 성급하게 단풍이 들어버린 나무도 보이고~

 

 

 

점점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계속되면서 다리는 힘이 풀리고

저절로 무릎이 꺽인다.

 

 

 

 

 

나보다 늘 앞서가서는 지친 내 모습을 이리 찍고 있는것도

은근 얄미워진다.

힘들어하는 날 좀 끌어주고 챙겨주면 안되남?

 

 

 

드디어 다 와간다며 이 계단만 오르면 될꺼라고 다독거리고..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위문.

 

 

 

위문에 서보니 에어컨바람처럼 시원한 바람이

잠시 땀으로 젖은 몸을 상쾌하게 해준다.

 

 

 

 

 

조금만 더가면 된다며 날 다독거리면서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고~~

 

 

 

어라........이게 무슨 길?  뭔 바위길이 있고

거기다 쇠줄까지 잡고 올라야하는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게 무슨 일이람........

 

 

 

그래도 잠시 눈을 돌리니 이런 풍경도 만날 수 있고..

 

 

 

육중한 내 몸을 쇠줄에 실어 낑낑 오르고 보니 이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직은 이른 단풍이지만 서서히 색을 바꾸고 있는 산자락과

소나무 밑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는 등산객의 모습이 평화롭게 보이기까지했다.

 

 

 

저 근처 까지 가기도 사실 벌벌 떨며 갔는데~

가까이 가니 우아한 클래식방송이 들리고

나도 그냥 여기서 있고 싶으다~~~~ㅠㅠ

 

 

 

 

 

중간쯤 앉아계시는 아저씨는 같이 온 일행들과 사진을 찍으시는듯

열심히 니콘카메라와 캐논카메라를 설명하시고 있었다.ㅎㅎ

 

 

 

 

 

북한산 오리바위.

정말 오리모양처럼 생긴것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이때만해도 다리가 조금 후들거려도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담으려고 카메라도 다시 꺼내고~~

 

 

 

 

 

 

 

백운대 정상을 가려면

다시 쇠줄을 잡고 이 곳을 올라야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

미쳤어? 아니 내가 여길 어케 올라가!!!


 

 

 

 

결국 쇠줄을 잡고 엄마야소리도 나오지 않을정도로 심하게 경사진 바위를 타고

바로 고개를 돌리면 낭떠러지가 보이는 길을 걷자니

나도 모르게 무릎에서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리는게

속으로는 펑펑 울고 싶을정도로 무섭고 아찔했지만 뒤이어 올라오고 있는

등산객들이 있어 내가 지체하면 다른 사람들도 한없이 늦어질터

눈물을 글썽인채로 이를 악물고 올라보기로 했다.

 

 

 

그 와중에 잠시 뒤를 돌아보니 내가 올랐던 길이 이런 풍경이었구나 싶은게

믿기지가 않았다.

 

우측하단에 오리를 찾아보세요~~

 


 

 

 

드디어 도착한 백운대 정상.

정상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정상주변에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수많은 날개미떼가 날아다니고 새까맣게 돌을 뒤덮고 있었다.

 

 

 

 

 

날벌레라면 질색인 나..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은 찍어야하는데 후덜덜 밑을 보니 겁도 나고

날벌레가 날아다니는 통에 얼굴 표정은 대략 난감 ㅠㅠ

결국 자체 모자이크처리...ㅎ

 

 

 

건너편으로 보이는것은 인수봉.

이날도 암벽등반하는 분들이 인수봉을 오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저 곳을 어떻게 오르고 있는지 보는 내가 심장이 찌릿해진다.

 

 

 

점심을 먹기전 인수봉을 배경으로 인증샷!

그나마 얼굴 조그맣게 나와야한다며 살짝 얼굴 가리기..

그래도...............크다 ㅠㅠ

 

 

 

 

 

올라올때 눈물바람한것은 티도 내지않고 샤방한 미소하나 날려주는 센스~~

 

어쨌든 백운대 정상은 딛어봤으니 완전 등산 초보자인 나로써는 대단한 일임에는 틀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북한산 백운대도 다녀왔으니 앞으로 다른곳도 잘 다닐꺼라는 말과 함께

담엔 북한산 여성봉을 한번 가볼까 하는 말에

다신 어느 산이든 따라가지 않을꺼라고 단언을 해버렸다.

 

그만큼 내겐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주었던 곳이기도 하려니와

등산 후유증으로 감기와 가벼운 몸살까지 와버린 상태.

운동은 운동으로 풀어야한다는 말에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고,

지금 다시 사진을 봐도 무서운건 어쩔수 없다.

 

 


다음편에  공포스러웠던 북한산 하산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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