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6. 08:00ㆍjudy 우리나라 구경하기/서울
1980년대 후반쯤이던가..
잘 다니던 회사를 하루 아침에 그만두고 늦은 공부를 해보겠다고
자투리시간을 이용해서 찾아가곤 했던 보라매공원내 독서실..
그시절 처음으로 치루는 대선 선거유세, 각 정당별로 날짜를 달리하는
그 소란스러운 스피커 연설에 공부고 뭐고 암것도 되지않아
그저 쓴 커피만 들이키다 나오곤 했었다.
또 몇년전에는 컴퓨터관련 자격증공부를 한다고 책 싸들고 찾아가 공부한다고 했다가
그 어수선함때문에 몇 시간도 못되서 나와버렸던 곳..
내게 보라매공원은 20대에 힘겹게 공부하곤 했던 그 목마름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가 되버렸다.
얼마전인가 그가 홀로 보라매공원을 찾아보고서는 그 가을풍경에 취해서는 내게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사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가을을 담고 있는 공원이 있다는것을 이번에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내년 가을엔 필히 다른 곳보다 먼저 이 곳을 찾을것이라 생각했다.
찾아간 날은 햇살도 퍼지지않은 싸늘한 날씨탓이어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햇빛조차 인색했던 날씨였다.
찬바람만 불면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으니 참으로 모냥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 날도 찬바람이 부니 슬슬 눈물샘이 작동된다..에휴~~~
보라매공원 정문에서 호수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서울 기상청이 자리잡고 있고 왼쪽으로는 독서실이 있다. 그 약간의 비탈길을 빨간옷의 여자분이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올라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저렇게 멋진 단풍터널이 보인다..
이 길을 쭉 걸어가면 길 끝 왼쪽으로 보라매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마침 바람이 불어 은행잎이 우수수~~~
뭘까 싶어 열어보니 애완견 위생봉투함.. 이날 목줄을 착용한 반려동물과 함께한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이제는 애완이란 단어보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고 하는데 이곳은 아직 애완견이라고 쓰여있다..
가는곳마다 낙엽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다. 이 낙엽을 나 대신 비둘기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밟고 있었다.
이 아이는 낙엽을 양손 가득 들고 뛰어오면서 엄마에게 하는말이 "엄마~~대박이야..대박.." 대박이란 뜻을 알까? ㅎㅎ
산책길에 만난 오누이.. 사진을 찍고 있는 아빠를 향해 서 있다가 느닷없는 여동생의 깜짝 뽀뽀에 오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ㅎㅎ
팔각정에는 많은 어르신들의 장기열전이 펼쳐지고.. 장기에 대해 모르는 난 그저 뻘쭘하게 쳐다볼 뿐이고..
잎이 지기 시작한 메타세콰이어 길.. 근처 노점에서 따뜻한 커피로 잠시 추위를 달래본다.
늘 먹이를 주는 분이 계신건지 그 분이 부르는 소리에만 반응했던 나쁜(?)오리들..ㅎㅎ
늦은 오후가 되면서 점점 바람은 차가워지고 이렇게 2010년의 가을도 서서히 저물어간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듯.. 다신 오지 않을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이.... 이렇게 세월은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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