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랑나비 (Papilio machaon Linnaeus, 1758) 우화(羽化)

2023. 9. 4. 00:19나비 이야기 - Butter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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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나비를 만나기 위해 찾았던 곳에서

나비 카페 지기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의 지기님과 기분 좋은 반가운 만남입니다.^^

 

긴 임도를 이리저리 나비를 따라다니다

함께 걸어 나오던 길.

구릿대 위에서 뭔가를 찾아본다 하십니다.

산호랑나비 애벌레가 있을 거란 얘기에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며 길을 걸었더랬습니다.

 

카페지기님과는 임도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일행은 나비사진이 뭔가 부족했던지

다시 나비를 보러 간다며 잠시 기다리라는 얘기 끝에

십여분을 혼자 산속에 있던 중

가까운 곳의 구릿대를 무심코 보게 되었는데

정말 그곳에 초록색 애벌레 한 마리가 매달려 있더군요.

(막연하게 애벌레를 보고 산호랑나비라고 단정 지어 버렸는데

  정말 맞았습니다. 다른 벌레였더라면 어땠을까......ㅎㅎ)

 

아는 만큼 보인다. 그 말이 딱~!!

 

다른 길로 깊이 들어간 카페지기님께 알려드릴까 싶다가

연락처도 모르고 어쩌지 싶어 고민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나도 한번?

마음 깊숙한 곳에서 호기심이 불쑥 생깁니다.

 

다행인 건 전국에 분포하는, 

특정 서식지가 없는 비교적 흔한 나비라 

카페지기님에게 전해 들은 대로 먹이식물인

구릿대 꽃을 몇 개 챙겨 집으로 돌아왔네요.

꽃이 없으면 미나리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애벌레가 붙어있는 꽃대를 들고 내려오는 2킬로미터의 긴 길.

자연스럽게 새색시 걸음을 걷게 돼버렸습니다. ㅎ

 

집에 와서 폭풍 검색을 해보니 5령 애벌레로 추정이 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번데기로 변한다고 합니다.

번데기로 월동을 한다고 하는데

이대로 월동을 하면 어쩌나 애벌레에 감정이입하는

걱정 많은 ISFJ입니다.

 

 

하루에 몇 번씩 들여다보는 게 일이 되고

냉장고에 넣어둔 꽃송이도 먹이로 주는데

먹이 먹는 모습은 그다지 보이지 않더니

집에 온 지 4일 만에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애벌레 모습이었는데

커피 한잔 마시며 쉬는 동안

시든 구릿대 줄기 아래에서 어느새 투명한 초록 젤리처럼 변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째야 하나 하는 마음에

건너 건너 카페지기님께 물어보기도 하게 되고

1년에 2~3회 발생하는 나비로

아마도 나비가 될 것 같다 하는 반가운 전언에

은근 맘 졸이며 기다리게 됩니다.

무심한 듯 그늘진 곳에 놓아두라는 얘기까지..

너무 들여다보면 눈독이 들지도 모르니까요.

 

이래저래 경험 없는 초보는 애가 닳습니다.ㅎㅎ

 

 

 

애벌레 사진은 차마 못 찍고

번데기로 변한 모습도 우화 직전 간신히 찍어봅니다.

 

우화 타이밍이 맞아서

며칠 후 계획한 강원도 나비 출사길에 태어나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는데............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바뀐 지 10일 만에 나비가 우화 했습니다.

 

우화 직전에 번데기가 꿈틀꿈틀하기도 하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심장 저 밑이 콕 찔리는 듯

서늘해지네요 ㅎㅎ

 

며칠사이 검색을 어찌나 해봤던지....

혹시나 우화 하는 찰나의 장면을 찍어보겠다고

카메라도 설치하고 나름 준비했지만

그 넘의 커피 한 잔 타러 가는 사이

번데기에서 쑤욱~!! 나와버려 순간포착을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후기에

화장실 다녀온 사이 나왔다더라..

잠시 한눈팔았는데 어느새 나왔다더니...

정말 순식간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어느새 번데기에서 탈출(?) 해버렸습니다.

 

 

 

 

 

 

결국 난생처음 볼 수 있었던 신기한 장면은 놓치고

날개를 펼치고 말리는 나비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조명에라도 행여 나비가 놀라지 않을까

보조 조명 없이 거실 조명에 꾸역꾸역 찍어봅니다. ㅠ

 

 

 

 

 

 

밖에는 비가 그칠 줄 모르고 세차게 내리고...

어느덧 해도 지고...

 

아름답고 멋진 산호랑나비를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다니

우화부전이나 다른 특이사항 없이 

무사히 나와준 나비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결국 밤을 오롯이 보낸 후

이른 아침 해가 뜨자마자 집 근처 산자락으로 데리고(모시고) 가서

사진을 몇 컷 찍고 나니

훌쩍 산자락을 향해 건강하게 잘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비 소식도 없으니

너른 하늘을 잘 날아다닐 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멋지게 잘 태어나줘서 고마웠다.

잘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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