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뼝대에서 핀 동강 할미꽃

2019. 3. 29. 05:00judy 우리나라 구경하기/강원도

728x90
반응형






지난 토요일 아침 잠깐 다녀왔던 화야산에서 만난 야생화 사진카페 회원분.

회원 가입을 하라며 준 명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그 카페를 잠시 둘러보던 중

인터넷에 올라오는 동강할미꽃의 사진을 보고서는

느닷없이 일요일 새벽 정선으로 출발, 드디어 동강할미꽃을 보고 왔습니다.




서울에서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출발해

길 위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고

동강할미꽃이 피어있는 정선 생태체험전시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해 아직은 잎을 덜 벌린

이슬에 젖은 동강할미꽃을 만나 사진을 찍다보니 드는 의구심.

아무래도 사진에서 보던 곳이 아닌것 같아 결국 검색을 통해

이곳에서 약 20여킬로미터 떨어진 문희마을로 가게 됩니다.






백룡동굴 주차장근처에서

벼랑 끝으로 가는 바위 길을 발견하고

가뜩이나 겁이 남산처럼 많아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길에서 그저 온몸에 용을 쓰듯

절벽을 넘고 바위를 지나 몇송이 꽃을 만나고 옵니다.


비탈진 바위끝에 핀 꽃을 찍는다고 매달렸다가

자칫 카메라 떨어뜨릴뻔 하고, 그러다 몸은 미끄러져

결국 멍들고 온몸 이곳 저곳이 쑤시는 부작용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이쁜 꽃을 보고 온 기분만은 좋더라구요.











야트막한 야산이나 무덤가에서 보던 허리를 굽혀야만

그 얼굴을 보여주던 할미꽃이 아닌 고고하게 얼굴을 들고 있는

동강할미꽃의 자태가 그저 아름답기만합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꽃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들에게

어쩌면 난 아직 청춘이라며 고개를 들고 항변하는 듯 합니다 ㅎㅎ










동강할미꽃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강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꽃으로

석회암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 생태적인 이유로 이곳이 꽃을 피우기에

제격인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동강할미꽃은 1년에 10일 정도밖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하니

그 개화시기를 맞춰 꽃을 보는것도 쉬운일은 아닐듯 합니다.






동강뼝대.

뼝대는 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를 말하는 강원도 사투리로

실제 동강할미꽃이 피어있는 문희마을의 낭떠러지 절벽 사이에 피어있어서

대부분 망원렌즈를 이용해 찍고 계시더군요.







바위 틈새 그 작은 공간에서 해마다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생명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여러해살이꽃으로 지난해 피어냈던 그 흔적과 함께

동강을 내려다보며 예쁘게 핀 모습에 온 몸을 땅에 뒹굴며

이곳 저곳을 다니며 찍어봅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볼 수 있는 곳에 피어 있는 꽃을 담기위해

여차저차 짧은 다리로 땅에 엎드리다시피하며 올라가보지만

무서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 안쓰러웠는지 도와주시겠다며 손을 뻗어주기도 했지만

겨우 튀어나온 돌을 잡고 기어올라 몇장 찍어보기도 합니다.






이미 꽃은 절정이 지나 살짝 지고 있는 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난생처음 동강할미꽃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심장은 콩닥거리기 바쁩니다.


























바위에 거의 눕다시피하면서 찍은 이 사진은

찍는 순간 위에 계신분이 살짝 흙먼지를 날렸나봅니다.

흡사 3월에 눈이 내린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다행스러운것은 이곳에 핀 꽃들이 사람들의 손길을 그다지 겪지않은 듯

전년도에 핀 꽃대나 잎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얼마전 노루귀사진을 찍을때는 주변의 낙엽을 모두 긁어버려

오롯이 맨땅에 꽃들이 노출된 것이 안쓰러울때가 있었는데

이곳에 계신분들은 손길이 닿지않는 높은 곳이 피기도 한 영향도 있겠지만

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계셨습니다.





















 


저 건너편 절벽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 근처까지도 갈 용기가 없었던 지라 이 부근에서 핀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거웠네요.

사진 한 장때문에 위험에 처할 상황은 만들지말자.

소심한 안전주의자입니다.














날이 좀더 따뜻했다면.

햇살이 좀더 퍼진 시간이었다면

동강할미꽃의 꽃잎이 더 활짝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솜씨좋은 작가들과 더 좋은 장비로 찍은

멋진 사진은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수만장이 올라오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무섭고 힘들게 사진을 찍었던 날이었고

난생처음 만난 동강할미꽃의 모습에 충분히 만족하렵니다.






바위에 미끄러져 아찔했던 기억으로 다시는 이곳에 오지않을거라고,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라 동강할미꽃도 한번으로 끝낼꺼야....라고

훌쩍 맺음말을 했지만

이곳에 도착하기 전 전화통화가 됐더라면 갔었을 다른 마을로의 방문은

아마도 내년에 가게 되지않을까싶습니다. ㅎㅎ










돌아나오는 길, 이곳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중

여자분의 얼굴에 오는 길에 넘어졌다면서 상채기가 나 있더군요.

아찔한 곳이라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버립니다.

이곳에 찾아와 사진을 찍고 가신 저보다 나이가 많은

노부부를 비롯해 많은 연장자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돌아나오는 길.

백룡동굴을 관람하기 위해 작은 배가 강물위를 가르며 떠갑니다.

동굴탐방을 위해서는 빨간 동굴복과 헬멧,

장화등을 착용하고 입장을 한다고 합니다.


백룡동굴 관람하기  클릭~!






이제 오전에 찾아갔던 동강생태체험관 주변의

동강할미꽃을 다시 보기 위해 그곳으로 출발해봅니다.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동강할미꽃축제가 열리는

생태체험관 주변의 동강할미꽃의 아름다운 모습도 올려보겠습니다.




ⓒ 느리게 천천히 걷기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