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4. 05:00ㆍjudy 우리나라 구경하기/충청도
2018년 여름 여행 목포와 진도, 화순을 돌아보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부여를 찾게되었습니다.
목적은 오로지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백제금동대향로의 진본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부여에서의 이른 아침.
햇살이 더 퍼지기전에 움직이려했던 계획은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관람시간이 오전 9시부터임을 알면서 무너져버렸네요.
결국 오전 9시가 되기를 기다려 입장을 한 후
우뚝 서있는 오층 석탑의 정갈하고 멋진 모습에
더운줄도 모르고 한없이 바라보게 됩니다.
작년 초겨울에 돌아보았던 익산의 오층석탑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듯 합니다.
그곳은 아직 유적 개발이 진행중이어서 주변이 황량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 덕분에 오롯이 오층석탑의 모습에 집중할 수가 있었는데
이곳은 도시 가운데 있다보니 주변의 건물들과 그것을 피해
사진을 담아야하니 이리저리 몸이 바빠지는건 어쩔수 없네요.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클릭
정림사 절터 한가운데 위치한 오층석탑은 높이가 8.33미터로
모서리마다 기둥을 세운 배흘림기법으로 백제계 석탑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세련된 석탑이라고 합니다.
햇살이 뜨거워도 너무 뜨겁고 그늘도 없는 석탑 주변.
이제 여행은 선선해지면 해야할까봐....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석탑의 모습은 자꾸만 사진으로나마 남기고 싶어
부지런히 카메라를 만지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석탑을 돌아보던 가족들도 인증사진 몇 장을 찍고는
서둘러 정림사지박물관쪽으로 가고,
아.....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입니다.
모자도 부채도, 선크림으로 무장한 팔뚝도 금새 햇살에 달궈지고
여름의 흔적은 지금 발등이 샌들모습으로 타버려 3가지 색으로
선탠한 듯 볼만합니다 ㅎㅎ
정림사지석불좌상에서 바라본 오층석탑.
정림사지석불좌상은 보물 제108호로
지금의 모습은 고려시대에 절을 고쳐 지을때 세운 본존불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잠시 그늘에 들어와 석불좌상앞에서 정갈하게 인사도 하고
그 주변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정림사지오층석탑은 과거에 평제탑(平濟塔)이라 불리웠는데,
오층석탑의 1층 탑신에는 백제 사비성을 침공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새겨놓은 글,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이란 글귀로 인함이었다고 합니다.
가끔은 아름다운 문화재에서 침략자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후손들은 씁쓸한 맘이 드는건 어쩔수 없는 일인듯 하네요.
꼭 이렇게 해 놔야 속이 시원하겠냐~
국립부여박물관으로 오는 길,
유래없는 111년만의 폭염으로 어디든 서늘한 곳으로 들어가고싶은 맘 뿐이었습니다.
이곳 부여로의 여행을 정할때 국립 중앙박물관에 있다는 금동백제대향로가 복제품이었다는 소리와
부여박물관에는 그 진품이 있다는 소리에 바로 갈 곳으로 정했거든요.
박물관 주차장에서 본 건물로 들어오는 그 짧은 시간에도
더위는 엄청나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발걸음이 경보선수처럼 빨라집니다.
총 4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부여박물관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고
보고 싶었던 곳이 제 2관.
결과적으로 이곳에서만 거의 시간을 보내고 온 듯하네요.
국보 287호로 지정된 백제금동대향로.
높이 61.8cm, 무게 11.85kg으로 1993년 12월 12일 백제유적 발굴 현장인
부여 능산리사지에서 백제시대의 다양한 유물들과 함께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는
한마리 봉황이 향로 위에 앉아있는 신비로운 모습으로
중국 한나라의 박산향로의 일종으로
향을 피워 나쁜 기운을 깨끗이 하기 위한 도구라고 합니다.
향로 윗부분 봉황이 날개를 편 그 모습이 신비롭고
능산리사지 진흙밭에서 발견된 향로가 온전한 모습으로 출토됨으로서
이렇게 아름다운 향로를 볼 수 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몸체는 연꽃이 형상화 되어있고
연꽃잎사이와 위에는 25마리의 동물과 2명의 인물이 표현되고
향로의 받침은 날아오르는 용이 배치되어있으며
연꽃줄기를 입에 문 형상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향로를 보기 위해 들고 나기를 반복하고,
때로는 아이들이 유리관에 손을 대고 입김을 불어대고, 얼룩을 남겨놓네요.
그리 하는 동안 지켜보는 부모는 그저 내 아이가 기특한 듯
유물을 보는 장면을 사진찍어주기에만 바쁘니,
공중도덕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힘이 드는 부분인가봅니다.
예전 다큐멘터리에서 언급하기를
복제품 향로에 향을 피워 그 모습을 본 후 정기적으로 시연을 하려 했으나
종교적인 문제로 반대를 해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향로에는 봉황의 가슴에 난 두개의 구멍을 비롯해 총 12개의 향연구멍이 있는데,
실제 향을 피우면 봉황의 가슴과 산봉우리 사이사이로 나오는 연기의 모습이
신비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합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백제금동대향로 시연 동영상과 사진을 박물관에 함께 전시해야한다고
유홍준 교수가 주장할 정도라고 하네요.
이 유물을 종교가 아닌 예술적인것으로 이해를 하면 참 좋으련만,
종교를 대입해 반대를 하는 편향적인 시선때문에
그토록 아름답다는 향이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었네요.
금동대향로를 보고 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카메라에 담긴 향로의 모습이 영 맘에 들지않아 다시 들어가 금동대향로를 찍어봅니다.
그사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관람을 하게 되고
마침 향로에 대한 해설사분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백제금동대향로와의 만남도 끝이 나게 됩니다.
부소산성에서 발견된 금동광배
국보 293호 금동관음보살입상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았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는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곤합니다.
묵직한 아름다움과 소박한 절제미가 있는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던 곳,
2018 여름 이렇게 부여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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