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5. 00:12ㆍ나비 이야기 - Butterfly
우리나라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이 나비 이름에 대해 저술한 책,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 따르면
모시나비 - parnassius atubbendorfii의 종명이요, 속명이다.
이 계통의 나비의 날개는 인분(鱗粉)이 적어서
반투명이니 모시를 곧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모시나비는 parnassius속의 속명으로 적합한데
이 속에서 가장 흔하고 전반도에 분포된 것은 stubbendorfii이니
모시나비를 이종명으로도 쓰기로 한다.
학명 속명의 어원인 parnassus는 중앙 희랍(그리스)에 있는 유명한 산명으로
이 산은 apollo와 muse신의 영소이다.
stubbendorfi는 인명으로 그리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라고 쓰여있다.
개인적으로 나비 사진을 만나러 가는 날은
나비 개체의 특성을 잘 살펴 날씨와 시간을 고려해
출발하곤 하는데
모시나비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의 나비들이 그렇듯
이 나비도 햇살이 퍼지면 날아다니기 바쁜 모습으로
제대로 된 나비 사진을 담기가 난감해진다.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모시나비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일찍 서둘러 도착하니 주변으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안개가 자욱한 모습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직 나비는 보이지 않았고
장화를 신고 풀숲을 헤치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서서히 잠에서 깬 나비가
풀잎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짙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햇살이 보이기 시작하니 하나 둘 모시나비가 날아다닌다.
5월이 시작되었지만 가벼운 겨울 점퍼를 입을 정도로
여전히 아침은 서늘하다.
날개와 더듬이에 이슬이 맺혀있는 모습
풀잎 위에 하얀 종이처럼 널려(?) 있는 모시나비들
햇살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발견한 모시나비 암컷.
수컷에 비해 나는 모습이 조금 느리고
지면과 가까운 곳으로 날아들기도 한다.
이미 짝짓기를 마친 암컷으로 복부에는 수태낭이 형성되어있었다.
수태낭이란?
모시나비나 애호랑나비, 붉은점모시나비에서 볼 수 있는 수태낭(受胎囊)은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되면
짝짓기를 끝낸 수컷이 분비물을 내어 암컷의 복부 끝에 붙여 주게
수태낭이 있는 나비는 다시 짝짓기를 할 수 없게 된다.
수태낭이 형성되어있는 모시나비 암컷
이날 모시나비 짝짓기를 두 커플을 보게 되었는데
암컷이 풀 아래에서 기어 올라와 살포시 날자마자
수컷이 날아와 바로 커플이 성사되었다.
암컷은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것인가.....
가까이에서 본 모시나비의 짝짓기를 비롯해
이제껏 본 나비 짝짓기를 통해 확인된 것은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택하는 것은 수컷이지만
짝짓기를 하는 동안의 모든 주도권은 암컷이 가진 듯하다.
자리가 불편한지 날아가는 것도 암컷이 수컷을 매달고 날아가고
적당한 자리에서 자세를 잡을 때에도 수컷은 그저 매달려만 있는 등
하는 일이(?) 전혀 없는 동네 백수 같은 모습이다.
하다못해 암컷이 힘들지 않게 자리라도 지탱해주듯
발이라도 딛고 있던가... 쯧쯧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나비는
우리나라 나비 중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이다.
부전나비과(Lycaenidae) 부전나비아과(Polyommatinae)의 나비로
4월 중순에서 7월 사이 연 2회 발생하는 나비이다.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 - 이 이름은 11자로 구성된 것으로 가장 긴 이름으로 유명해질 것이다.
학명의 orion은 희랍신화에 나오는 거대미모의 엽부(獵夫)로 여러 곳에 인용된 말이다.
이 종류에 상대되는 것은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이다.
날개가 부러진 줄 알았던 이 나비는
윗 날개 윗부분이 우화부전으로 태어난 듯
날개가 구부러진 모습이었다.
햇살이 퍼지니 자꾸만 날개를 펼쳐
정확한 옆면을 담기가 어렵기만 하다.
거기다 이날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자주 이용하는 날씨 앱에서 초당 7미터에 이르는 강풍이라는
표시를 보고 지대가 높은 곳에서는
순간 풍속에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의 바람에
이른 시간에 철수를 하기도 했던 날이다.
결국 2021년 4월에 이곳에서 담았던
나비 사진을 꺼내본다.
낭만을 아는 나비가 아니었을까...
제비꽃 위에서 멍 때리는 듯 자세를 잡고 있었던 나비.
이날 세차게 부는 봄바람에도 이 자세를 유지했던
내게는 참 고마웠던 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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