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8. 00:08ㆍ나비 이야기 - Butterfly
몇 해 전 봄처녀나비를 만나기 위해 밤길을 달려
서식지 부근에서 차박을 하고
해가 뜬 직후 푸르스름한 여명과 뿌연 안개를 배경으로
봄처녀나비를 담은 적이 있었다.
아침 이슬을 오롯이 온몸으로 맞은 이슬에 흠뻑 젖었던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이 진주 목걸이처럼 보였던 그날.
그날의 느낌을 다시 보고 싶어
이른 새벽 해가 뜨자마자 찾아간 곳에서
이슬에 흠뻑 젖은 봄처녀나비를 만나다.
이른 새벽 풀숲을 헤치기 위해 어느덧 장화는 필수.
내 발에 맞는 장화의 사이즈는 없어서 덜그럭 거리는 장화를 신고
풀숲을 헤치자니 이른 새벽부터 땀샘이 폭발.
"우리들만의 루틴이 되어버린 나의 땀샘이 터지면
원하는 나비를 만나더라...."
그러면 오늘도?
결국 흐르는 땀을 훔치며 풀밭 사이 봄처녀나비를 만나니
이렇게 기쁠 수가... 그것도 동그라미가 많은 봄처녀나비.
이날 총 4마리의 봄처녀나비를 만나
모두 담을 수 있어 좋았던 날.
가끔 나비 사진을 찍다 보면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가며
나비를 만나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이 들지만
이제껏 살아보니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잊히는 법.
비록 어렵고 힘은 들었지만
결과물의 수준을 떠나 그것을 보며 느끼는 기쁨은
내 안에 오롯이 남아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행복해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을 클릭하면 나비가 커집니다.
이른 아침 이슬을 흠뻑 머금은 봄처녀나비
석주명의 조선나비이름의 유래기에는
"봄처녀는 봄에 1개월미만 나왔다가 없어지는 것인데
그 나는 모양도 우리 조선사람으로는 수집은 처녀의
모양과도 같다고 볼 수가 있다"
라고 표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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