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29. 15:30ㆍ나비 이야기 - Butterfly
강원도 오대산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 11호인 오대산 국립공원,
그 안에 속해있는 상원사를 방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상원사에는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지역,
그 중에서도 오대산 상원사나 설악산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는 홍줄나비가 출현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나비를 보러가는것이기에 출발 전 텐트와 간단한 음료수외에
각자 장비만을 꼼꼼하게 챙겨 떠나기로 했답니다.
저야 나비를 찍을수있는 상황이 되면 찍겠다고 했지만
은근 욕심이 나기도 해서 나비와 풍경을 모두 찍기 위해
이번에는 의도치 않게 제 카메라와 함께 또 다른 카메라,
두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게 되었네요.
홍줄나비는 현재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의 잣나무가 자라는 자연림에만 분포한다.
애벌레는 우리나라 나비 중 유일하게 침엽수인 잣나무를 먹는다.
서식지가 국립공원 내인데도 과도한 채집 때문에 수가 줄어들고 있다.
------- 한국의 멸종위기종 발췌
오대산 자락에서 텐트를 쳐놓고 초간단 야영을 하고
해가 뜨자마자 상원사로 들어왔습니다.
나비가 출현한다는 시간은 오전 9~10시 사이라고 하니 그때에 맞춰
무작정 나비를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오전 7시도 안된 시간에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정갈한 빗자루 자국이 보이는 절 마당도 아름다운 모습이더군요.
아침 공양을 마치고 이리 저리 경내를 둘러보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청아한 풍경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토종 전나무숲이 보이는 영산전 뒷편을 유심히 바라보는게 유일한 일이 된 날입니다.
하늘도 맑고 쾌청해서 저절로 힐링이 되니 기분도 좋아집니다.
상원사 문수전에 들어가 오늘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살펴주시라며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렸다는건 안 비밀 ㅎㅎ
기나긴 기다림에 조금씩 지쳐갈 무렵
보고싶었던 홍줄나비가 드디어 영산전 뜰에 살포시 내려앉는걸 발견했으나
야속하게도 날아가버립니다.
그 후 문수전 계단에서 그 모습을 온전히 보게 되었는데
절실히 바랐던 만큼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보였습니다.
홍줄나비는 연 1회, 7월 ~ 8월에 발생하며 날개 편 길이는 57-60㎜이며,
점점 그 개체수가 줄어들어 자생지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있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멸종위기종 클릭~!
날개에 있는 홍줄 무늬 때문에 나비 이름이 생겼다고 하는데
뒷날개에는 노란 바탕에 검은 점 3개가 암컷은 수컷보다 크고, 흰 띠의 폭이 넓은데,
수컷에서는 이 부분이 노란데 비해 암컷에서는 희다고 합니다.
사실 제 눈에는 암컷 수컷 구별이 힘이 듭니다
그저 이 홍줄나비를 만난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이 나비를 보려고 서울에서 이 곳 오대산 상원사까지 온 정성을 생각했는지
시간차를 두고 홍줄나비가 몇 마리 보입니다.
자칫 조용한 상원사 경내를 나비로 인해 경거망동한 행동이 될까 서로를 부르는것조차
어려워집니다. 그저 각자 만난 나비를 찍다가 같은 나비를 보게 되면
나란히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경내를 둘러보게 됩니다.
장소의 특성상 행동에 제약이 많이 뒤따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니 나비의 눈이 축구공무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날 만난 나비는 개체의 상태가 깨끗해보였는데
우화한지 얼마 되지않는 신상나비인듯 합니다.
햇살이 퍼지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자 나비들이 그늘로 찾아들기 시작합니다.
그늘진 절 마당이나 사찰 지붕밑 단청에 살짝 앉아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찰 지붕이나 문에 앉아있는 시간은 워낙 짧은 시간이라
그 모습을 담기가 힘이 들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도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영산전 문에 앉아주니 고맙다고 해야할까요 ㅎㅎ
오직 멸종위기종인 홍줄나비를 보기 위해 떠난 이번 여행.
만나고 싶었던 홍줄나비를 보니 저보다는 이번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 기뻐합니다.
그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즐거운 일입니다.
부디 이 나비의 개체수가 많아져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 아름다움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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