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2. 20:05ㆍ나비 이야기 - Butterfly
최근들어 서울근교의 산을 자주 찾게 됩니다.
겨울산행과 달리 요즘의 산행은 적당한 높이의 산자락을 따라
새봄을 맞아 피어나는 야생화도 보면서 지루할 틈없이 오르다보면
유난히 땀이 많은 체질인지라 어느 순간 땀이 비오듯 흐르고 쉽게 지치지만
그래도 내 몸이 개운해짐을 느끼거든요.
이래서 산행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나 봅니다.
거기다가 지인의 나비탐사에 동행하면서 한 사람의 시선보다는
두 사람이 시선이 훨씬 좋을거란 생각에 제가 지인의 보조를 자청하면서
함께 산에 가는 경우가 꽤나 생깁니다.
자주 찾아갔던 천마산.
평소보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팥배나무 꽃잎에 이슬이 맺혀져 있더군요.
그냥 지나치기엔 그 이슬 방울이 너무 예뻐서
한동안 이슬에 집착(?)했다는 후문..ㅎㅎ
물방울 안에도 작은 세계가 펼쳐진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 천마산의 주인인 다람쥐가
두손을 공손히 모으고 인사를 합니다.
어서오세요~~
인사를 했으니 저는 이만....
오늘도 아름다운 것들 많이 많이 만나시길 바래요^^
노린재나무에도 하얀꽃이 피었습니다.
커다란 쌀알이 우뚝 서있는 모습의 꽃은 괴불나무의 꽃입니다.
아침에는 그닥 많이 피어 있지 않더니 하산길에 다시보니
몇송이가 활짝 이쁘게 피어있더군요.
천마산 산행길에 자그맣게 피어있는 꽃.
처음에는 둥글레 꽃이 아닐까 싶었지만 애기나리꽃이랍니다.
이파리에 턱을 괴고 있는 듯 합니다.
족두리풀(세신)도 길 한켠에 피어 있었습니다.
유난히 키가 큰 제비꽃도 주변에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산행 중간 잠시 물가에 앉아 쉬다가 발견한 잠자리.
잠자리 유충이 물속 최강포식자였음에도 이 녀석은 날개를 말리는 도중
작은 진딧물같은 벌레에 놀라 날아가더군요.
물가 주변에는 갓 탈피한 잠자리들이 날개를 말리려고
햇살 바른 곳에 앉아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그 주변에는 탈피한 껍데기(?)가 여기 저기에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귀뚜라미를 세상에서 젤 싫어하는데 꼭 귀뚜라미 같았거든요.
제가 걷는 도중 제 앞에서 저도 한장 찍어주세요..하듯
나풀나풀 날아다니던 애기세줄나비.
자..이제 됐지? ㅎㅎ
천마산에서 쉽게 만날수 있는 모시나비입니다.
이름처럼 하늘 하늘 날아다니는 모습도 아름다운 나비입니다.
수컷은 높은 곳에서 암컷을 찾기위해 저리 정찰을 하나봅니다.
사실 천마산을 찾았던 날 모시나비의 암컷 개체를 많이 볼 수가 없었는데
이 날도 얼핏 20여마리의 모시나비를 본 중 암컷은 두어 마리에 불과 했답니다.
암컷은 주로 나무 밑자락이나 풀숲 속에서 움직인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종족 보존을 하기 위한 수컷의 암컷 찾기는 대단한 것이겠지요.
모시나비 수컷
모시나비 암컷인데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것은 아니라지만
수컷이 짝짓기를 하면서 만들어 놓은 수태낭을 배에 달고 다닌다네요.
수태낭이 있는 암컷은 이미 결혼한 유부녀인셈이지요 ㅎㅎ
산길을 걷다가 어느 작은 풀에 앉아있는 모시나비를 발견했는데
날개 모양이 조금 이상합니다.
지인의 말로는 불완전 우화를 한것 같다네요.
우화 과정에서 뭔가 자연스럽게 되지 못한, 그래서 날개가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것 같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사는 동안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야겠지요.
실제 지켜보는 동안 날개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니 날 수도 없어서
저렇게 꽃잎 끝에서 머물기만 하더군요.
그러던 중 수컷이 날아와 잠시 싸우는 듯 하더니
이 녀석을 놔두고 다시 날아갑니다.
어쩜 이녀석을 암컷으로 오인한 해프닝일지도 모르지만요...ㅎㅎ
유난히 하늘이 맑고 푸른 날입니다.
점점 햇살이 따가워지는 계절이네요.
계곡 물가에 노란 신호등처럼 피나물이 활짝 피었습니다.
하산길 길가 풀섶에서 쉬고 있던 제비나비를 만났습니다.
한쪽 날개꼬리 부분이 잘라진 조금 낡은 나비이지만
그 빛깔은 참 아름답더군요.
개인적으로 아주 작은 들꽃을 좋아하는데
산길을 걷다 만난 이 작은 꽃에 꽂혀버렸습니다.
이름을 알아보니 참꽃마리라는 꽃이랍니다.
메크로 렌즈가 아니라 제가 찍을 수 있는 한계에 부딪혔지만 최선을 다해봅니다.
실제로 보면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들꽃이 정말 예쁘답니다.
천마산에서 하산 하던 중 임도에서 만난 멧팔랑나비 암컷입니다.
우화한지 얼마 되지않은 듯 상태가 아주 좋은 암컷이라고 하더군요.
이 사진을 찍느라고 임도 바닥에 털썩 앉아 행여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면서
열심히 찍고 있으니 지나가는 등산객 커플이 하는 말.
나방 찍나봐....
아........듣는 나비 참 기분나쁘겠네요 ㅎㅎ
며칠 후 남양주 운길산 자락을 찾아갔습니다.
개인적으로 맘이 불편하거나 정신적 힐링이 필요하다고 느껴질때면
찾아가는 곳이 운길산 수종사입니다.
이날도 제가 개인적인 일로 마음이 힘들어지니 지인이 수종사에 가기를 권합니다.
수종사를 갈까 하다가 지인이 좋아하는 나비를 찾아
세정사 부근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세정사 부근부터 산자락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한껏 따뜻해진 햇살로 듬뿍 비타민 D를 만들어보려는데
얼굴에선 땀이 등줄기는 서늘...감기가 오는 중인가봅니다.
임도를 따라 오르던 중 팔랑 팔랑 나비 한마리가 우리 곁을 맴돕니다.
벚나무까마귀부전나비라고 합니다.
암수가 모두 검은빛이고 애벌레가 벚나무의 잎을 먹고 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한낮에는 대체로 나뭇잎 위에서 날개를 접고 있어서 발견하기 쉽지않으며
1년에 한번 5~6월 사이 발생하는 나비라고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쉽게 볼 수 없는 나비일지도 모른다니 그저 만남이 반가울 따름입니다.
고맙게도 제게도 몇초라도 사진 찍을 기회를 주고 있네요.
운길산 산자락 물가에 피어있던 자그마한 들꽃.
산길을 걷다가 앞서가던 지인의 발걸음이 조심스럽게 바뀝니다.
뭔가를 발견했다는 몸짓이겠지요.
조심스레 다가가보니 흑백알락나비라고 합니다.
갓 우화한듯 날개를 말리기 위해 햇빛에 날개를 펴고 말리는 중인듯 하여
숨소리도 조심하면서 나비를 열심히 찍어봅니다.
이럴땐 카메라 셔터소리도 너무 크게 들려 원망스럽기도 하지요 ㅎㅎ
실제 보니 말랑말랑 고무틀에서 갓 꺼낸듯 그 모습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오렌지빛 눈이 인상적이더군요.
제 날개 어때요? 하고 자랑하듯 산딸기 나뭇잎위에서
저리 포즈를 취해줍니다.
자~~이건 어때요? 더 멋있죠?
한동안 날개 자랑하듯 펼치고 있던 흑백알락나비는 훌쩍
나무위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산에서 놀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르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길
물가 계곡주변 온 천지에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있었습니다.
흔한 꽃이라도 볼수록 예쁜꽃입니다.
만나기 힘든 귀한 꽃도 아름답겠지만 흔하게 보이는 꽃도
제게는 아름다운 꽃이더군요.
흡사 꽃양귀비의 잔털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큰줄흰나비는 고추나무꽃에서 식사중인가 봅니다.
작은 들풀..천마산에서의 꽃은 참꽃마리였지만
운길산 자락에서 만난 이 꽃의 이름은 꽃마리라고 합니다.
얼핏 좁쌀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라 그래서 사진 찍기가 정말 어렵더군요.
이 꽃을 찍고 있는데 세정사 부근의 인가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한참을 쳐다보시더군요.
속으로 그러셨을거에요.
저 꽃이 뭐라고 저리 찍고 있을꼬....ㅎㅎ
세정사를 나와 길을 걷던 중 길가 주택 우편함에서
곤줄박이 한 마리가 뾰로롱 날아갑니다.
살포시 우편함을 들여다 보니 세상에~~~
곤줄박이가 그 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 3마리를 키우던 중이었나봅니다.
새끼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숨죽이고 다가가 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폰카메라의 찰칵 소리에 새끼들이 어미가 온줄 알고
일제히 입을 벌립니다. 에궁....미안해..
제 모습을 하늘 위 전선에 앉아 지켜보고 있던 곤줄박이가
다시 우편함으로 들어갈 수 있게 서둘러 자리를 피해줍니다.
다시 찾아가서 보고 싶었지만 행여 사람들 눈에 계속 띄게 되면
불안해진 어미가 새끼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지인의 말에
제 호기심은 여기서 그만...하기로 합니다.
큰줄 흰나비가 엉겅퀴꽃위에서 열심히 꿀을 빨고 있습니다.
세정사 부근 주택에서 겁많은 백구 녀석이
제가 가던 길을 뒤따라 오더니만 저리 컹컹 짖네요.
앞에 있을때는 짖지도 않더니 말입니다. ㅎㅎ
산을 찾으면 만날수 있는 다양한 꽃과 나비로
앞으로도 종종 산을 찾을것 같습니다.
운동도 되고 아름다운 것들도 함께 볼 수있으니
이런걸 일석이조라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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