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8. 22:38ㆍ새 이야기 - Bird
늦은 오후부터 강한 비 소식이 있다는 주말.
가까운 관곡지로 노랑부리저어새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하늘은 잔뜩 흐린것 보다는 황사가 심한 상태로
태양조차 뿌옇게 보이는 심각한 날씨였네요.
그러다 가던 길을 잠시 우회해
전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들러봅니다.
마침 썰물이 시작되는 시간
물이 빠진 갯벌, 바닷가 작은 돌무더기 위에
물총새가 앉아있는 뜻밖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바닷가에서 물총새를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다가
막상 그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그 푸른 빛이 너무 예쁘기만 합니다.
다만 햇살 한줌이 이리도 아쉬울 줄이야...
최악의 황사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흐린 날씨,
그리고 거리도 약 30미터로 좀 더 가까웠으면 좋았을 텐데....
꼬마물떼새도 보입니다.
요즘 자주 마주치게 되는 새이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또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납작한 몸이 신기해 보입니다.
나중에 나타난 꼬마물떼새가 자꾸 따라다니는 것이
구애를 하는 것 같은데 암컷은 거절을 하는 듯 보입니다.
꼬마물떼새의 짝짓기를 보겠다 싶었는데....
여전히 물총새는 주변에서 맴도는 모습으로
바닷가 바위 위에서
물이 빠진 뒤 작은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를
사냥하는 듯 보입니다.
비록 먼 거리이지만 이렇게라도 물총새를
볼 수 있으니 기분 좋은 시간입니다.
물이 빠진 갯벌 위로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가 날아듭니다.
얼마 전 블친님의 배려로 이 새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한쌍을 볼 수가 있었는데
갯벌에서 다시 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새를 보며 주문을 걸어봅니다.
조금만 더 가깝게 와주라....
조금만 더...
이쁜 당근색 부리가
갯벌 진흙으로 색이 감춰집니다.
야속하게도 물이 빠지는 갯벌을 따라 멀리멀리 갑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먼곳으로 훌쩍 날아가버립니다.
바위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날아다니던 물총새는
어느새 작은 물고기를 사냥했네요.
계속 주시를 하고 있었음에도
언제 사냥을 했는지.... ㅎ
늘 보고 싶었던 물총새를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게 된
기분 좋은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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