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1,365개의 계단을 오르다.

2019. 5. 14. 05:00judy 우리나라 구경하기/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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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연휴 며칠간의 일정에서 찾아갈 곳을 정리하던 중

목적지 부근의 명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맘속에 저장해놓고 출발 하기 전 대화 중에

내가 원했던 곳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팔공산 갓바위~!




오전 의성에서 시간을 보내고 경산 반곡지에 들러 조금은 아쉬운 풍경을 보고

곧바로 팔공산 갓바위를 보기 위해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은 일몰시간도 늦어지고 있으니 부지런히 다녀오면 되겠다 싶었고

운이 좋으면 노을까지도 볼 수 있지않을까 하는 작은 바램도 가져봅니다.






초록이 가득한 길을 따라 오르니 공기도 좋고

사방이 조용하기만 하니 저절로 마음이 싱그러워집니다.






얼마 올라오지도 않고 내려오는 젊은 처자에게

앞으로 남은 거리를 물어보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네요.

아직 멀었다네요. 이제 시작인것을~~






오르는 길에 보이는 관암사도 슬쩍 스캔하면서

해마다 수능때면 기도를 드리는 어머님들로 가득했던 사진에 등장한

갓바위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만 갑니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그랬나봅니다.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대로 보이는 것인지, 순간 이 계단 숫자를 365개로만 보았으니

일행에게도 365계단만 오르면 되나봐~~ 하면서 그까이꺼 365계단 쯤이야 했으니까요.






이 사진을 찍고서는 갓바위 부근까지의 사진은 전무합니다.

갓바위를 향해 오르는 내내 헉헉 거리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중간즈음부터 무거운 카메라는 일행이 들어주겠다네요.

날이 어둑해서 찍을 풍경도 마땅치 않았던 것도

어지간하면 카메라를 넘겨주지 않는 고집을 접게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질 체력인 내 페이스에 맞추기가 어려운걸 아는지라 결국 먼저 올려보냅니다.


올라가는 길 나란히 걷던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이

계단은 1,365개가 맞다며 입구에서부터 알려주고 싶으셨다네요.

다른 곳에 가서 잘못 얘기하면 안될것 같다면서요.ㅎㅎ

함께 오르면서 잘못 알고 블라블라 하는 저를 보고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아마도 묵은 체증이 뚫리듯 시원하셨을거 같습니다.

처음이라하니 절에서부터 1시간 거리라며 천천히 가라 하십니다.



찍어온 사진을 정리하며 메타정보를 확인해 보니

계단입구에서 5시 49분찍고 갓바위 정상 사진은 6시 25분.

약 36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그분 보다 쬐끔 더 빨랐던건지 제가 먼저 갓바위에 올랐네요.


산행을 즐겨하는 블친님은 주차장에서 갓바위까지 한번도 쉬지않고

45분만에 갓바위에 도착하셨다네요. 우와~~~ 인정!!






먼저 오른 일행이 저 아래 갓바위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길에서

죽을힘을 다해 오르는 모습을 찍었네요.

이 지점에서 Dead Point (死點)를 느끼게 되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숨고르기를 천천히 하면서 있는 힘껏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땀이 많은 체질인데 입었던 옷이 땀으로 인해

하얗게 무늬가 새겨졌던걸 나중에서야 알았네요. ㅎㅎ










숨이 턱에 찰 무렵 만나게 된 팔공산 갓바위의 모습입니다.

초파일을 앞둔 시점이라 연등이 설치되어 있는 바람에

원하는 구도의 사진을 찍기가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그저 인증사진이라도 남겨놓으려 이리저리 찍어봅니다.














갓바위 부근 난간에서 바라보는 팔공산의 풍경입니다.

늦은 저녁풍경이라 화사한 모습은 아니지만

가을 단풍이 물들때 장관이겠다 싶더군요.

가을에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 올라와 비오듯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머리를 감은 듯 등짝이 흥건히 젖어버렸네요.

그래도 힘들게 올라온 보람은 있더군요.







갓바위에 조명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절에서 일 봐주시 분이

앞에 설치된 초와 쌀등을 치워주시며 사진을 찍으라 배려해주시네요. 감사했습니다.

정상부근의 연등에 불이 들어오는 시간을 물어보니

저녁 8~9시 즈음에 켜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시간까지 있는건 무리이니 서둘러 주변을 다시 둘러보고

삼배를 올린 후 내려가기로 합니다.






힘들게 이곳을 올라오셨을 많은 분들이 바라는 소원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산 길.

두사람 모두 지갑은 들고 오지 않고 카메라와 작은 물병만 챙겨 올라온 터라

달다구리한 음료 한 잔 마시지 못하고 챙겨온 물로 아쉬움을 달래며

하산합니다. 이미 매점은 문을 닫기도 했네요.






다시 내려가는 1,365개의 계단.

(게단의 숫자가 정확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ㅎㅎ)

일몰 이후에도 이곳을 오르는 많은 분들을 봤는데

이곳에서 보이는 야경이 궁금하긴 합니다.










힘들게 올랐던 길을 뒤돌아 다시 찍어봅니다.

나중에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갓바위 정상부근에서 본 또 다른 길,

경산방향에서 올라오는 것이 셔틀버스도 있고 조금 덜 힘이 들거라는 글을 보았네요.

아쉽지만 이렇게 힘들게 올라온게 오래 기억에 남는것이라며

애써 위안을 삼아봅니다.






내려오는 길도 생각보다는 꽤 길었네요.

관암사에는 이미 초파일을 앞두고 색고운 연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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