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6. 00:23ㆍ새 이야기 - Bird
오전 다른 곳의 일정이 성과도 없이 시간이 지나는 것 같아
한 시간 남짓의 거리인
요즘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그곳을 오르는 중 둥지에 붙어있는 까막딱따구리를 발견.
5분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날아드는 암컷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카메라 세팅을 하기도 전에 둥지 속 수컷이 날아가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됩니다.
수컷이 날아가고 난 후
암컷이 둥지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이 장면도 2시간 9분 만에 만난 것이라는데...
다시 암수가 포란을 위해 교대하려면
약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답니다.
까막딱따구리를 보호하자는 현수막이
두 개나 걸려있고 작은 입간판도 세워진 현장.
큰소리 내지 않고 조심조심 길을 올라갑니다.
또 다른 귀한 그 어느 것을 보기 위해....
긴점박이올빼미 성조는 가파른 산속 길을 굽이굽이 올라야
유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약 20여미터 갔다가 다시 내려와 망설이고 있는 제게
조류사진으로 유명하신 분,
제게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십니다.
이 사진을 보면 안 올라갈 수 없을 거라며....
결국 꾸역꾸역 험한 숲속 길을 올라 도착해 보니
좀 전까지 성조와 유조가 함께 있었다는데
성조는 날아갔다는 얘기들을 하십니다.
가뜩이나 다리 힘 풀려서 힘들었는데.....
기운이 쪼옥 빠집니다.
겨우 만난 긴점박이올빼미 유조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유명한 조류사진작가 딸기밭군님을 바로 앞에서 보게 됩니다.
오래전부터 그분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소니카메라 유튜브를 통해
퀄리티가 남다른 조류사진을 보고 있었는데
경사진 산비탈 현장에서 600미리 대포렌즈를 손각대로 찍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게 되다니...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 제 느낌으로는 흡사 연예인 보는 기분이 들더군요.
언젠가 현장에서 만나게 되면
사진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던 것도 많았지만
이곳의 경우는 새에 집중해야 하고
현장이 워낙 협소하고 경사진 위험한 곳이라 간단히 인사만 하고
잠깐씩 보이는 유조 사진 나무에 기대 몇 장 담고
다리 후덜 거리며 간신히 현장을 벗어났습니다.
대구에서 먼 가평까지 오셨으니
멋지고 좋은 사진 많이 담아가셨겠지요~~
첫째인지 둘째인지는 모르지만
며칠사이 많이 자란 것처럼 느껴집니다.
들리는 소리로는 둥지 속 막내도 세상 속으로 나왔다고 하더니
다른분들의 얘기로는 아직도 둥지속에 있다고 하네요.
(카더라...소식이 유난히 많습니다 ㅎㅎ)
긴점박이올빼미 부부는 세 마리를 챙겨 먹이느라
정신이 없겠네요.
부디 귀한 긴점박이올빼미 가족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숲 속에서 잘 살아가길 기원해 봅니다.
유조를 보고 내려온 길
까막딱따구리 암컷이 둥지 속으로 들어가 포란을 하는 계곡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더불어 많은 카메라들도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긴점박이올빼미에게로 향하고 있을 카메라,
약 두어 시간 후 다시 붐빌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볼까... 싶다가
둥지 입구에 나무그늘이 지기 시작하고
다른 일정을 위해 결국 이른 철수를 감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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