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절, 잘 늙은 절 완주 화암사

2019. 3. 27. 05:00judy 우리나라 구경하기/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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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엄사 홍매화가 제대로 핀것을 보지 못한것이 아쉬워

주말 구례화엄사로 홍매화를 보러 갈 예정이었다가

여행을 떠나기 전 사진카페에 올려진 화엄사 홍매화사진에 계획을 급 수정했답니다.

홍매화 개화는 50%라고 하지만 홍매화가 피어있는 뒷편 전각이 보수공사에 들어가

홍매화와 어우러지는 풍경을 찍기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화엄사는 내년에 다시 가보는것으로 결론내고

광양매화마을을  들러보고 난 후 얼마전 만난 분이 추천해주신 작고 예쁜 절,

완주에 있는 작은 절 화암사를 찾아가보기로 합니다.
















올해 처음 만난 얼레지꽃입니다.

오후 햇살에 거의 꽃잎을 닫고 있었는데

몇송이만이 겨우 치맛자락을 한껏 들춘 모습이 보입니다.









유난히 우리 두사람의 마음을 잡았던 화암사 글씨체.

오래되어 낡을대로 낡아 작은 구멍까지 있었던 철계단이 살짝 무섭게 느껴졌지만

일단 화암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천천히 올라가봅니다.


계단을 이용해 화암사에 오를 수도 있고

조금은 험한 예전 산길을 이용해 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친 다리가 아직도 불편한 난 그나마 안전하게 보이는 계단을 선택했습니다.









시인 안도현님은 이 절을 잘 늙은 절이라고 표현했고,

철계단을 오르면 이 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나면 다시 완만한 돌계단이 보이고

그 계단 끝에 화암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화암사, 내 사랑 / 안도현


인간세 (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 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쫒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등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 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풍경은 그윽하기만 합니다.






절 앞에서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그리 화려하지않은 화암사의 우화루를 보게 됩니다.

꽃비가 내리는 누각, 우화루 雨花樓  이름조차 아름다운 우화루는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앞에서 볼 때는 2층 누각 구조로 돼 있지만

뒤에서 보면 단층 구조로 되어있는 누각이었습니다.









우화루에 달려있던 목어입니다.








 

화암사의 극락전은 보물 663호에서 국보 316호로 승격 지정되었는데,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집으로, 국내 유일의 하앙식(下昻式) 구조로

하앙은 기둥과 지붕 사이에 처마와 나란히 경사지게 끼운 목재를 말하는 것으로,

처마와 지붕의 무게를 고르게 받치고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또한 극락전은 1981년 해체 수리 때 발견된 기록에 의하면

정유재란 때 피해를 당하고 그 후 1605년 중건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흔한 구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없었던 구조라

이 건물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유물등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늦은 오후 화암사 마당에 따스한 햇살이 비춰집니다.






우화루의 내부모습입니다.









이곳 극락전의 현판 중 "전" 자의 나무 판의 크기가 다른데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얘기로는

예전 글깨나 쓴다는 사람이 이곳을 방문해 현판을 써준다하여 절에 있던 스님이 생각하기에

"전"자의 획이 넓어 다른 두 글자의 폭보다는 조금 넓게 나무판을 잘라 가져왔다고 합니다.

나중에 주지스님이 보고 저 판이 왜 크기가 다르냐며 지적 하자

다음에 글쓴 사람이 오면 그때 다시 써달라하겠다고 했지만

여차저차 시간이 지체되고 그대로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지붕과 기둥이 다른 사찰과는 다른 구조라

현판을 각각 붙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생긴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극락전 문고리가 특이해서 자꾸만 시선이 갑니다.

보는 순간 닭발이 떠오르고 투표도장도 떠오릅니다

절에서 닭발이 떠오르다니...





















크게 돌아볼 것도 없이 이 절 마당이 화암사의 다 인듯 한 곳에 서서 빙 돌아보면

모든것이 다 보이는 작은 절이었습니다.

큰 기대없이 조금은 힘들게 산자락을 올라 만나게 되는 화암사.

정말 잘 늙은 절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보입니다.






절입구의 작은 전각 툇마루에 앉아계신 분과 잠시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얘기에 살짝 놀라시면서

이곳에 무엇을 보기 위해 왔냐며 물어보시는데,

그저 절을 보러 왔다는 소리에 적잖이 놀라십니다.

아마도 늘 보는 풍경이라 색다를것도 없는데 서울에서 왔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셨나봅니다.









이곳은 주로 야생화를 찍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신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을 올라오는 동안 민들레처럼 피어있는 복수초를 보게 되었는데

화암사 창건설화에 등장한 꽃이 복수초이며

화암사라는 절 이름의 유래도 복수초와 연관이 있어

그래서 주변에 복수초를 많이 심어 관리하고 있지않을까 싶네요.

화엄사란 바위 위에 꽃이 피었다 는 뜻이라고 합니다.


















늦은 오후 해가 점점 기울어가고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할 시간입니다.

잘 늙은 절,

안도현 시인의 글처럼 굳이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고싶지않지만

그럼에도 다녀온 흔적은 남겨놓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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