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 00:17ㆍ나비 이야기 - Butterfly
우리나라 나비박사 석주명선생이 나비 이름에 대해 저술한 책,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 따르면
은줄팔랑나비 (Leptalina unicolor )
학명대로 단색의 나비이지만
그러나 후시이면(後翅裏面) 중앙에 1은조(銀條)가 종주(縱走)한 것은 특이하다.
더욱이 그 춘계 발생의 춘형(春形)에서 일층 현저하다.
라고 쓰여있다.
사실 이 나비의 생김새로만 본다면
봄에 발생하는 춘형의 흰 줄이 포인트가 되어
그나마 나비로 보일까... 싶게
그 모습은 어쩌면 볼품없는 나비이기도 합니다.
얼핏 날아다니는 것도 작디작아서
쉽게 눈에 띄지도 않을뿐더러
날이 좋은 날은 발견하고 따라가 보면
시커먼 윗면을 펼치고 앉기 일쑤라
제대로 된 옆면을 찍기가 어렵기까지 합니다.
결국 운 좋게 얌전한 개체를 만나거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덜한
암컷을 만나면 몇 장 찍을 수 있게 됩니다.
비록 알록달록 어여쁜 나비는 아닐지라도
이 나비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에 해당하는
보호받아야 하는 나비임에는 틀림없으니
이렇게라도 그 개체를 볼 수 있음이
때론 고마운 일이기도 합니다. ㅎㅎ
훌쩍 날아오른 나비를 따라가다보니
갓 발생한듯한 은줄팔랑나비 암컷으로 보이는 나비가
한번 그 모습을 보여주더니 울창한 갈대숲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하.....
아쉬운 마음 가득했지만
이리저리 나비 찾아 헤매다가 터덜터덜 나오는 길
발생시기가 좀 되어 보이는 암컷을 발견합니다.
그래...
너라도 고맙다^^
햇살 좋은 날
은줄팔랑나비 수컷들은 날다가 앉으면
저리 날개를 활짝 피는 행동을 합니다.
은줄팔랑나비 춘형 수컷
희미한 흰 줄을 빼고 나면
나비라고 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한 모습입니다. ㅎ
그래도 이 나비는 낭만을 아는지
갈대 해먹(?)를 타고 싶었나 봅니다.
이 나비의 서식지를 찾았을 때
그 지역의 수해로 서식지 주변이 거의 초토화되어있는 모습에
나비를 보지 못할 수 있겠다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하고
여전히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했습니다.
내년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오래도록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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