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이슬, 아침잠에 취해 있는 부전나비를 보다.

2018. 5. 15. 05:00나비 이야기 - Butter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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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왜 주말이면 비가 내리는지...

토요일부터 내리던 비가 일요일 오전에 그친다고 하는 예보에 주저없이

오늘은 운길산 세정사 자락으로 떠나봅니다.

가는 길 내내 새벽부터 개인다는 하늘이 잔뜩 무거운 구름으로 덮혀

기상청의 예보가 다시 틀린건 아닐까 걱정스런 맘이 가득해집니다.

 

안개비처럼 유리창을 가득 덮는 미세한 물방울에

휴대폰으로 오늘의 날씨 상황을 자꾸만 보게 됩니다.

 

 

 

 

운길산 부근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30여분만에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을 한 셈입니다. 이거 실화냐~

 

 

 

 

 

세정사로 가는 길 안개비처럼 수분 가득한 날씨에

새벽이슬에 흠뻑 젖은 나비를 아직 보지 못한 나를 위해

 잠시 멈춰 길 가 풀밭을 살펴보더니 나비 한 마리를 찾아냅니다.

 

가까이 가보니 부전나비가 오롯이 새벽 이슬과 안개비를 맞으며 잠을 자고 있습니다.

날개 끝에는 물방을 하나를 매달고...

 

 

 

 

 

나비가 잠을 잘때는 날개가 젖지 않게 비나 이슬이 들이치지않는 곳으로 들어가

잠을 잘거라는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날개가 젖지않게 나뭇잎 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지만

오늘 만난 부전나비는 풀잎 위에서 고스란히 빗방울과 이슬을 온몸으로

맞으며 잠을 자고 있더군요.

 

 

 

 

 

햇살이 퍼지고 날개가 마르면 그제서야 비행을 시작하겠지요.

 

 

 

 

 

항간에는 이슬에 젖은 나비사진을 찍기 위해 나비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려

이슬처럼 보이게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또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의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던지

나비의 모습을 오롯이 찍기 위해 나비를 잡아 배를 눌러

잠시 기절시킨 후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강아지나 고양이, 지금 키우고 있는 구피 외에

다른 생명체를 만지는 것을 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나비조차 손끝에 살짝 앉혀보는것도 엄청 큰 용기였답니다. ㅎㅎ

 

 

 

 

얼마전에 찾아갔던 화야산에서 예쁘게 피어있는 얼레지 사진을 찍기 위해

분무기로 물을 뿌려 사진을 찍는 분도 보긴 했습니다만,

아직까진, 아니 꽃이나 기타 살아있는 생물에 인위적인 것을 더해

사진을 찍는 행위자체에는 그닥 관심이 없고,

그렇게 하면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으니

그저 최대한, 비록 예술작품같은 아주 멋진 사진은 아닐지라도

가능하다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려 앞으로도 계속 애쓸 생각이랍니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충분히 그 모습을 볼 수 있고,

몸이 조금 힘들지언정 나름 소소하게 찍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개인의 취향으로  여겨야하나 하고 잠시 생각해봅니다.

 

 

 

 

 

 

세정사로 향하는 길.

작은 무덤가에서 발견한 암먹부전나비입니다.

작은 풀잎 끝에서  잠을 자고 있더군요.

 

 

 

 

 

 

 

 

 

나비의 꿈 (胡蝶之夢)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송나라 사상가 장자의 설화 중  꿈속에서 나비로 날고 있다가 깨어났지만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지 아니면 나비가 내꿈을 꾸는지 생각했다는 이야기.

 

 

 

 

 

 

 

 

 

 

 

 

 

 

 

 

 

무덤가 작은 나비와 시간을 보내다 너무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물의 정원쪽의 상황도 볼겸 

운길산역 물의 정원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의 풍경입니다.

아침 안개가 산자락을 휘감고 있어 수종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잔잔한 물의 반영을 깨는 녀석이 누군가했더니 뿔논병아리였습니다.

이 녀석은 잠수능력이 탁월한지 잠수를 하더니 한동안 물밖으로 모습을 보이지않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풀숲을 헤메고 다닌탓에 바지와 등산화는 이미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등산화가 방수가 안되는건 안 비밀...

이른 새벽 풀숲을 다닐때 이제 장화를 신고 다녀야할까봅니다. ㅎㅎ

 

 

 

 

 

 

물의 정원을 떠나 다시 세정사 계곡으로 향해봅니다.

가는 길 중간쯤 너른 공터에서 다시 암먹부전나비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나비들은 잠꾸러기인가봅니다.

이 녀석도 나비의 꿈을 꾸는걸까요?

 

 

 

 

 

 

 

 

 

 

 

 

 

 

 

 

 

 

 

 

 

 

 

 

 

 

 

 

 

 

 

 

 

 

난생처음으로 아침잠에 취한 나비와 이슬에 젖은 나비를 보고 온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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